2015년 2월 12일 목요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호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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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님의 시를 읽다보면 왠지모를 서러움에 목이 메일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가슴이 아파 가슴이 죄어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들이 겪었던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는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말아야 했고, 귀가 있어도 듣지 말아야 했던 울분과 통한의 역사였습니다.
 
 
그 당시 일제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계사의 역사 속에서 비루하고 어리석은 나라와 민족으로 매도하고, 조선인들의 마음 속에 체념이라는 무서운 독을 퍼트렸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독립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정신과 의지를 파괴시켜 나갔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와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와 긍지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것이 일제의 가장 큰 역점사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아무리 길고 매서워도 봄을 소망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겨울을 반드시 이겨냅니다. 비록 들을 빼앗겨 내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조선이라는 민족 혼의 등불은 36년의 깊은 흑암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살아 남아 비로소 해방이라는 크나큰 빛을 바라보게 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우리의 독립은 우리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기에 진정으로 우리의 몫이 아니라구요..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도움도, 동정도 받을 수 없었던 시간 속에서도 해방된 나라의 작은 씨앗이 되기 위해 총을 잡고 붓을 잡았던 우리의 선조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독립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선구자의 삶을 살다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 쓰러져간 그 분들의 거룩한 희생 앞에 오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출처: ebs지식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OEmJkF9fr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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